연중 제24주간 월요일

2023년 9월 18일

글라렛선교수도회 이승복 라파엘 신부

오늘 복음에서 중요한 요점 두 가지는 백인대장의 믿음과 예수님께서 이방인에게도 구원을 보여주셨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인데요. 각각에 대해서 우리는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로 백인대장의 믿음입니다. 백인대장의 신앙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마법처럼 병을 치유해주실 수 있는 분이시라고 믿는 데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스스로가 자신의 말이 아니라 로마 황제를 대신하여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요,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권위를 물려받아서 일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인대장의 신앙 고백은 예수님께서 홀로 기적을 행하는 예언자가 아니라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는 것, 바로 그 사실에 대한 신앙을 고백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은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도 지니지 못했던 믿음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백인대장의 이러한 믿음을 높이 칭찬하십니다. 이는 우리 또한 그러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묵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백인대장이 로마 황제를 대신하여 말하고 명령하는 사람인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는 우리가 예수님을 대신할 만한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들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먼저 잘 알아야 할 텐데요, 그것은 복음의 두 번째 요점을 통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두 번째 요점은 예수님의 기쁜 소식이 이스라엘 백성 뿐 아니라 이방인들에게까지 가 닿는다는 점입니다. 백인대장의 병든 종을 고치시는 이 내용은 예수님께서 이방인들에게 베푸신 첫 번째 기적이었는데요. 이는 예수님의 구원이 이스라엘 백성을 비롯하여 이방인들까지 포괄함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는 예수님께서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셨음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이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이방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시고 그들과 함께 하시는지, 이방인들 뿐 아니라 당시에 배제되고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 죄인, 세리, 창녀, 어린이, 여인들, 과부들 곁으로 어떻게 다가가셨는지를 말이죠.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결국에는 그들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내어 놓으십니다.

이렇게 말하면 지난 달 ‘Todos, todos, todos(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인용하며 해 주셨던 김학선 신부님의 아름다운 강론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교회에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교회에는 누구도 불필요하거나 쓸모없지 않습니다. 누구도 교회에서 배제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교회가 실제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예수님을 고백하고 예수님의 일을 이어간다는 것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것, 특별히 지금의 현실 안에서 더욱 배제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곁에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사명이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연대입니다.

지난 주에 저희 수도회의 로마 총원에 계신 참사 신부님께서 한국에 오셔서 저희 수도회 형제들에게 연피정 지도를 해 주고 가셨는데요, 피정 중에 모든 회원들이 잠시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신부님께서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모호한 혹은 보수적으로 보이는 교회의 모습 때문에 실망해서 성당을 나오지 않는다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신부님의 의견은 어떠신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로마에서 오신 신부님께서는 총원에서 성소수자 관련해 얼마 전에 교의신학 논문을 쓰신 저희 수도회 신부님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대답을 하셨는데요. 논문을 쓰신 그 신부님께서 하루는 교회 안에 자료가 많이 없다고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두려움이나 걱정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을 잘 다루지 않는 것 같다고 하셨답니다. 그 이야기를 하시며 참사 신부님께서는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고 성소수자들 곁에 더 다가가고 이야기를 하며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덧붙여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는 신학자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때로는 교회의 변화가 여전히 더딘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 나와서 여러분들과 이렇게 말씀을 나누다보면 아무리 그 변화가 느린 듯 보이더라도 분명히 희망 또한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보수적으로 보이는 교회에 실망해서 성당을 나오지 않는다는 청년도 있지만, 퀴퍼에서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수녀님들, 신부님들, 많은 앨라이분들을 만나서 다시 미사 보러 왔다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요, 또 여기 성소수자 관련 주제로 신학 연구를 하시는 분들을 만나 뵙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한걸음씩 느릴 수도 있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의 그 힘으로 말이죠.

다시 한 번 예수님께서 어떻게 사람들 안에서, 사람들 곁에서 활동하셨는지 묵상합니다. 그분께서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셨고, 특별히 가장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하고 연대가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셨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그 사명을 지금 여기서 이어나가기를 바랍니다. 함께 하는 이들이 더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욱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이 미사 안에서 우리의 기도에 맡겨진 이들, 특별히 고통 안에 있는 성소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믿음과 용기를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