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교육부가 지운 것은 단어가 아니라 사람이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혐오·차별 표현 대응 가이드북」에서 성소수자를 삭제한 교육부를 규탄한다. 교육부가 학교 현장의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혐오·차별 표현 대응 가이드북」을 마련하면서 참고한 서울시교육청의 안내서 초안에 있던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한 사실이 알려졌다. 검토 과정에서 다수의 검토위원이 이를 문제 삼았음에도 교육부는 그 의견을 묵살했다.

우리는 교육부에 묻는다. 교육부가 대응하는 혐오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떤 혐오는 선택적으로 침묵하겠다는 것인가? 학교에는 성소수자 학생이 있다. 가이드북에서 성소수자를 지운다고 하더라도, 그 학생들은 학교에 여전히 존재한다.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원칙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혹자는 말한다.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그걸 ‘차별’로 규정하고 알리는 것이 논란이 될 수 있으니, 그 논란을 지우기 위해 ‘성소수자’를 지우지 않았겠냐고 말이다. 논란을 없애고자 사람을 지우는 것은 중립도, 신중함도 아니다. 민주 시민을 육성하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교육 이념을 잊은 교육부의 직무 유기일 뿐이다.

학교는 여러 이유로 아직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이기에 그 안에서 혐오 발언을 멈추자는 선언에서 성소수자를 뺀다는 말 자체는 언어도단이다. 교육 현장에서 혐오 발언을 하지 말자면서 그 혐오로부터 성소수자 학생은 예외라니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우리는 혐오가 하느님의 언어가 아니며 그리스도교 신앙은 구별 없이 평등한 식탁에 모두가 값없이 초대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청소년, 학생들이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혐오·차별 표현 대응 가이드북」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명시하고 삭제된 성소수자 관련 피해 사례와 대응 내용을 즉각 복원하라.

둘째, 다수 검토위원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한 과정과 근거를 투명하게 밝히고, 교육부 장관은 이에 대해 책임 있게 사과하라.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존재가 삭제된 학생들의 자리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

  1. 8.30.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