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민수 6,24)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교리선언문 「Fiducia supplicans」(간청하는 믿음)을 발표하여 공식적으로 교회 안에서 사제들이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빅터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이 선언문의 서문에서 “두 추기경이 교황청에 보낸 질문에 대하여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하신 성찰과 답변이 교리선언문의 작성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우리의 모든 결정과 태도에서 사목적 자비를 잃지 않을 것이며, 부정하고 거부하고 배제하는 재판관이 되지 말 것’을 촉구하였다 (교황 프란치스코, 「두 추기경 보낸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2d 참조). 또 빅터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같은 서문에서 “교회는 혼인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존중하면서도 교회가 비규범적 상황에 놓인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있다.”고 서술하였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교회는 죄를 축복할 수 없다.”며 동성 커플의 축복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지라도 이는 정말 큰 변화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적지 않은 수의 성소수자들이 이중 낙인을 경험한다. 교회 공동체에서는 성소수자라는 혐의가, 성소수자 공동체에서는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종교를 믿는다는 혐의가 이들에게 덧씌워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소수자는 자기 자신과 신앙을 부정해야 하는 모순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황청 신앙교리부의 교리선언문은 교회가 이들의 간절한 호소에 귀기울이고 이들의 삶을 동반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결정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갖고 있는 성소수자, 구체적으로는 동성 커플이 경험할 수 있는 이중 낙인을 일부 해소하는 사목적 조치임이 분명하다.
이 교리선언문이 동성 혼인을 허용하는 것이 아님은 안다. 그러나 하느님 백성으로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축복이 이들에게 허용되기까지 20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을 지라도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는 교황청 신앙교리부의 이같은 발표를 환영하며, 동성 커플의 축복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2023년 12월 20일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